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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1월 고3 모의고사에는 자기 성찰을 주제로 하는 현대시 3작품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쉬운듯 어렵고 어려운듯하지만 쉬운 감상 포인트를 말해보려 합니다.

     

    자화상과 관련된 사진

    1.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래도 있습니다.

     

    다사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단순히 한 청년의 내적 성찰을 넘어, 시대적 고뇌와 문학적 가치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자화상>의 시대정신과 문학적 의의를 분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a) <자화상>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

    윤동주의 시 <자화상>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쓰였다. 1930~40년대 당시 한국은 독립을 잃고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이러한 현실은 민족의 청년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윤동주는 그러한 시대적 고뇌와 개인의 내적 갈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시 <자화상>의 첫 구절인 "산모퉁이를 돌아 큰길로 들어섰다"는 일상적 풍경 묘사로 시작하지만, 곧 깊은 자기 성찰로 이어진다. 여기서 '산모퉁이'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의지와 고뇌를 상징한다. 또한, 그가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라고 표현한 장면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화자는 우물 속에 비친 '한 사나이'를 미워합니다. 그러나 돌아가던 중 다시 그를 '가엾어'하며 연민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 감정은 곧 그리움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는 다시 우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감정의 순환은 화자가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우물은 당시의 암울한 현실과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윤동주는 '우물 안의 나'와 '우물 밖의 나'를 분리하며, 현실과 꿈 사이의 괴리를 느낀다. 이는 식민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청년들의 고민을 대변한다. <자화상>은 이렇게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단순한 개인적 감상에서 벗어나 당대의 역사적 맥락을 내포한다.

     

    b) 문학적 가치와 윤동주의 독창성

    <자화상>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간결한 표현과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윤동주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특히, 우물이라는 상징은 윤동주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 중 하나다. 우물은 깊고 고요하며, 무엇보다 고립된 공간이다. 하지만 윤동주에게 우물은 단순히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를 비추고 성찰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그의 표현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예를 들어, "나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라는 구절은 복잡한 수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이러한 문체는 윤동주 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공감을 자아낸다. 우물 속에 비친 자아는 화자가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모습을 성찰하며 느끼는 복합한 감정을 담아냅니다.
    또한, <자화상>은 시적 형식 면에서도 독특하다. 자유로운 시 형식 안에서도 리듬감을 유지하며,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형식적 아름다움은 시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2. 선제리 아낙네들 (고은)

    먹밤중 한밤중 새터 중뜸 개들이 시끌 짝하게 짖어댄다.

    이 개 짖으니 저 개도 짖어

    들 건너 갈메 개까지 덩달아 짖어댄다.

    이런 개 짖는 소리 사이로

    언뜻언뜻 까 여 다 여 따위 말끝이 들린다.

    밤 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으로 떨어뜨리는 소리 하고 남이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의좋은 그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콩밭 김칫거리

    아쉬울 때 마늘 한 접이고 가서

    군산 묵은장 가서 팔고 오는 선제리 아낙네들

    팔다 못해 파장떨이로 넘기고 오는 아낙네들

    시오릿길 한밤중이니

    십릿길 더 가야지

    빈 광주리야 가볍지만

    빈 배 요기도 못하고 오죽이나 가벼울까

    그래도 이 고생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못난 백성

    못난 아낙네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 세상이더냐

    그들의 말소레에 익숙한지

    어느새 개 짖는 소리 뜸해지고

    밤은 내가 밤이다 하고 말하려는 듯 어둠이 눈을 멀 똥 거 린다.

     

     

    고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선제리 아낙네들'은 한국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그 안에 담긴 여성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생생히 묘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선제리라는 공간의 문학적 의미, 작품 속 인물들의 서사, 그리고 고은 작가의 문학 세계를 깊이 탐구합니다.

     

    a) 선제리라는 시골마을, 그 배경의 문학적 의미

    고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제리라는 공간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선제리는 한국의 전통적 시골마을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당시 농촌 사회에서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단순히 배경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에서 하나의 독립된 캐릭터처럼 기능합니다. 작가는 선제리를 통해 당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곳에 등장하는 아낙네들은 단순히 개별적인 인물들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지역의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가난과 전통, 그리고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선제리라는 공간이 지닌 폐쇄성과 이로 인한 고립된 삶은 작품의 주요 테마인 억압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특히, 선제리에서의 삶은 당시 농촌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은 서로를 지탱하고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욕망을 억누르기도 합니다. 고은 작가는 이를 통해 농촌의 이중적인 모습을 생생히 묘사합니다.

     

    b) '선제리 아낙네들' 속 여성상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아낙네들은 고은 작가의 문학적 시선을 잘 보여줍니다. 이들은 단순히 고통받는 객체가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극복하려는 주체적인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는 전통적인 여성관과 대조적인 시각으로, 당시 문학계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작품 속 한 인물은 가난과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단순히 고난을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 안에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이를 통해 고은 작가는 한국 여성들이 가진 잠재력과 회복력을 강조합니다.

    고은 작가의 작품에서 여성들은 종종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선제리 아낙네들'도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그들의 고통뿐 아니라 희망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줍니다. 선제리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 여성들은 단순히 시대의 희생자가 아니라, 그 시대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3. 그 나무 (김명인)

    한 해의 꽃잎을 며칠 만에 활짝 피웠다 지운 

    벚꽃 가로 따라가다가

    미처 제 꽃 한 송이도 펼쳐 들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늦된 그 나무 발견했지요.

    들킨 게 부끄러운지, 그 나무

    시멘트 개울 한 구석으로 비틀린 뿌리 감춰놓고

    앞줄 아름드리 그늘 속에 반쯤 숨어 있었지요.

    봄은 그 나무에게만 더디고 더뎌서

    꽃철 이미 지나 줄도 모르는지,

    그래도 여느 꽃나무와 다름없이

    가지 가득 매달고 있는 멍울 어딘가 안쓰러웠지요.

    늦된 나무가 비로소 밝혀드는 꽃불 성화,

    환하게 타오를 것이므로 나도 이미 길이 끝난 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거기 멈춰 서 있었지요.

    산에는 내려 두 달거리나 제자릴 차지 못해

    헤매고 다녔던 저 난만한 봄길 어디, 

    늦깎이 깨달음 함께 얻으려고 한나절

    나도 병든 그 나무 곁에서 서성거렸지요.

    이 봄 가기 전 저 나무도 푸릇한 잎새 매달까요?

    무거운 청록으로 여름도 지치고 말면

    불타는 소신공양 틈새 가난한 소지,

    저 나무도 가지가지마다 지펴 올릴 수 있을까요?

     

     

    김명인의 대표적인 시 작품 중 하나인 "그 나무"는 자연을 매개로 한 깊은 성찰과 서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화르르 성질부리듯 꽃이 피고, 꽃비가 내리다. 벚꽃이 졌다. 그 속에 그 나무가 있다. 벚꽃에 비해 나쁘게 말하면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늑장을 부리는 나무를 발견된 것이다. 본 글에서는 이 작품의 주요 특징과 해석법,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연결 짓는 시적 상징성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a)  김명인의 시적 세계: 자연과 서정성의 조화

    김명인은 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의 시 세계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철학적 성찰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그 나무"는 자연을 단순히 풍경으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그 나무"는 자연을 중심에 두고 있으면서도 단순히 아름다움을 그리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나무가 가진 생명력, 시간의 흐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작품 전반에 걸쳐 중요한 메시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상징으로 작용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자연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 시에서 김명인은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언어를 사용해 나무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시의 주요 구절에서 나무의 "흔들림"과 "뿌리"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불안정한 삶과 내적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작품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b) "그 나무"의 주요 해석법: 상징과 은유

    "그 나무"는 상징과 은유가 풍부한 작품으로, 독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나무는 단순히 한 장소에 뿌리를 내린 존재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작품에서는 나무가 뿌리내리고 자라는 과정에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김명인은 나무를 통해 고독과 성찰을 이야기합니다. 시의 한 구절에서는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가지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삶을 나타내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동시에 나무의 뿌리는 변하지 않는 내면의 힘과 정체성을 상징하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명인의 생애와 문학적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잊혀 가는 자연과의 유대를 강조합니다. 따라서 "그 나무"를 단순한 자연 시로 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깊은 연결 고리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c) 자연과 인간의 관계: 철학적 메시지

    "그 나무"는 단순한 자연 찬미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김명인은 시를 통해 자연을 단순히 인간이 이용하거나 감상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인간과 긴밀히 연결된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무는 '침묵하는 존재'로 묘사되며, 이 침묵은 자연의 언어를 상징합니다. 이는 인간이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메시지를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나무가 침묵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인간 또한 말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그 나무"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해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시를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4. 결론

    우물을 홀로 찾아가 가만히 들여다보는 화자, 늘 그렇듯이 자연과 함께 자기 자신, 즉 사나이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아 성찰을 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고 선제리 아낙제들의 고생은 오늘 하루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떠들면서 돌아오는 것에 익숙한지 개 짖는 소리도 뜸해지고, 어둠이 눈을 멀 똥거리는 깊은 밤에 민중들의 연대감을 보여주는 시입니다.  그 나무에서는 병든 그 나무 곁에서 서성거리면 늦깎이 깨달음을 얻으려 합니다. 그 늦깎이 깨달음이라 지금은 보잘것없어도 언젠간 밝게 빛날 것이라는 것일 겁니다. 세 작품 모두 자신의 깊은 성찰을 주 모티브로 하는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같이 한 겨울밤 깊은 성찰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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